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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3화: 미소의 대가

강재현은 손을 덜덜 떨며 핸드폰을 바라봤다.

조용했다.
진동도, 소리도,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는 한참 동안 숨을 몰아쉬다, 결국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손끝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다시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

[통화 기록 없음]

“……뭐?”

틀림없이 봤다.
전화가 걸려왔고, 통화가 연결됐고,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기록이 없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건… 꿈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는 창문을 흘깃 바라봤다.

아까 거기.
그것이 서 있던 자리.

그러나,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친 거 아냐?”

재현은 머리를 감싸 쥐고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이었지만,
적어도 이런 초자연적인 개소리는 몰랐다.

“꿈이야… 분명 꿈이겠지…”

그는 정신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 순간—

폰 화면이 깜빡였다.

메시지 알림.

[미소를 잃지 마.]
[잘 자, 재현아.]

“……!”

그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쳐버렸다.
기기가 바닥에 부딪히며 짧은 소리를 냈다.

그러나, 더 이상한 건…

그 메시지를 보낸 번호가 없었다.

이건, 진짜다.


다음 날 – PC방 알바

“야, 강재현. 손님 기다리잖아.”

“……아, 네.”

그는 멍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새 한숨도 못 잤다.

머리가 무겁고, 몸이 뻐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감각이 무뎌진 것처럼.

“여기요, 주문요.”

손님이 앞에서 짜증을 냈다.
그는 무표정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

“잠시만요.”

예전 같았으면
‘아, 진상 손님 또 왔네’ 하고 짜증을 냈을 텐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화가 나지도 않았고, 짜증도 없었다.
마치 감정을 꺼버린 것처럼.

‘뭐지…?’

그는 손끝을 쥐락펴락하며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자신이, 점점 어딘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걸.

그 순간,

PC방 모니터 화면 속에서—

자신이 웃고 있었다.

“……!”

그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모니터에는 자신의 반사된 모습이 보였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분명 무표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새겨져 있었다.

“……”

그는 급히 얼굴을 문질렀다.
그러나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해졌다.

그때,
누군가 귓가에 속삭였다.

“좋지?”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그는 숨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그때,

창가에 놓인 유리창에—

어두운 그림자가 비쳤다.

X자로 일그러진 눈.
찢어진 스마일.

그리고,

그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손짓하고 있었다.

“이제 네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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