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습기 찬 공기가 피부에 들러붙었다.
축축한 도로 위, 가로등 불빛이 깜빡이며 거리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강재현은 터벅터벅 길을 걸었다.
손에 들린 편의점 봉지가 힘없이 흔들렸다.
“…또 이 시간이네.”
길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완전히 조용한 것도 아니었다.
멀리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낮게 울렸고,
어디선가 술 취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로 밤공기를 가르는 불길한 정적.
이 도시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강재현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두운 빌딩 숲 사이로 보름달이 걸려 있었다.
평소보다 유난히 크고 밝았다.
그는 고개를 떨구며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 두 개.
할인된 맥주 한 캔.
이게 하루를 버티는 유일한 식사였다.
‘적어도 술이라도 있으면 잠들 수 있으니까.’
PC방 알바로 번 푼돈을 손에 쥔 날,
그의 일과는 이렇게 끝난다.
매일 같은 골목을 지나 집으로 향하는 길.
언제부터인가 이 길은 끝없는 터널처럼 느껴졌다.
나아질 기미도 없고,
희망도 없고,
벗어날 방법도 없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곧바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 [연체 안내]: 다음 주까지 미납 시 법적 조치 예정
- [신용 등급 하락 주의]: 연체가 지속될 경우 신용 제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카드사 알림]: 결제 미납 안내 (총액: 1,580,000원)
“…씨X.”
그는 핸드폰 화면을 꺼버렸다.
돈이 없다.
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이제는 꿈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어릴 땐 ‘성공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저 버티는 것뿐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삼각김밥의 비닐을 뜯었다.
그러나 한 입 베어 물기도 전에—
…등 뒤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텅 빈 거리.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상했다.
확실히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는 느낌.
마치 피부를 스치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온몸을 감쌌다.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버려진 쓰레기.
부서진 간판.
벽돌담 아래 널브러진 술병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그런데도, 뭔가 달랐다.
툭.
어디선가,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강재현은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곳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몸을 기이하게 구부린 채.
머리가 앞으로 쏠린 채,
어깨는 비틀린 각도로 처져 있었다.
팔은 힘없이 늘어져 있고,
무릎은 부자연스럽게 꺾여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 ‘걸어서는 안 되는 형태’**로 서 있었다.
강재현은 찰나의 순간,
펜타닐 중독자들에 대한 뉴스를 떠올렸다.
‘좀비 마약.’
그 영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비슷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본 건 영상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 있는 현실이었다.
“…씨X.”
그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그 순간—
그 존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 지을 수 있는 웃음이 아니었다.
입이 귀 끝까지 찢어진 듯 벌어졌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헤맸다.
마치,
미소를 강제로 ‘새겨 넣은’ 것 같은 표정.
“…하아.”
그것이 숨을 들이마셨다.
기분 좋은 듯한,
길고 늘어지는 한숨.
그리고.
휘청—
그것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왜 도망쳐?”
그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본능적으로 뒤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노란 스마일 마스크.
그리고,
X자로 뒤틀린 눈.
그것이 웃고 있었다.
“미소를 원했던 건 너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