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현은 숨을 삼켰다.
노란 스마일.
그리고, X자로 일그러진 눈.
그것이, 어둠 속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미소를 원했던 건 너 아니었어?”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강요가 담겨 있었다.
“…미친놈.”
재현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순간—
그것이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그를 바라보던 존재는,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것은 차가운 공기뿐.
재현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황급히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집 안. 새벽 2시 40분.
문을 걸어 잠그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분명… 뭔가 이상했다.
그러나,
‘그냥…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겠지.’
그는 머리를 흔들며 애써 생각을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문득, 방 안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똑같았다.
책상 위에 널브러진 알바 유니폼,
벽에 붙은 낡은 캘린더.
그러나.
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
그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닫아두고 나갔다.
조심스럽게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작은 진동음과 함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
그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수신번호 없음]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통화 종료]
‘…통화 종료?’
그는 곧장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
그러나, 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발신] – 수신번호 없음
[발신] – 수신번호 없음
그가?
자신도 모르게 전화를 걸었다고?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
[수신 중…]
폰 화면이 갑자기 깜빡였다.
진동이 짧게 울렸다.
[수신번호 없음]
“…X발.”
그는 반사적으로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손이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
손끝이 저릿한 감각을 느끼며, 화면을 바라봤다.
[수신 중…]
그리고.
똑.
통화가 자동으로 연결되었다.
“……”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완벽한 정적.
그리고,
“……왜 도망쳤어?”
차분한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
강재현은 핸드폰을 얼어붙은 손으로 꼭 쥐었다.
입안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너 대체 뭐야.”
그때, 핸드폰 스피커 너머에서
“하하…”
낮고 깊은 웃음이 들렸다.
그는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바닥에 부딪힌 기기에서 날카로운 삐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러나,
그 순간—
[수신 중…]
그 던진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X발.”
그는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수신 중…]
[수신 중…]
“꺼져, 꺼지라고!!!”
그리고,
[통화 종료]
폰이 조용해졌다.
숨을 헐떡이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꿈이야.”
그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이건… 꿈이야.”
그러나.
창문 너머.
새벽 어둠 속.
형체 하나가 그를 보고 있었다.
노란 스마일.
X자로 뒤틀린 눈.
그것은.
천천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