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현은 거울을 바라봤다.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문질렀다.
그러나 웃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해졌다.
“……”
가슴이 답답했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이건 환각이야.’
그는 스스로 되뇌었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야.’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거울 속에 보이는 미소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순간—
툭.
어깨 위에서, 누군가가 손을 올렸다.
“너도 알잖아.”
그는 숨을 멈췄다.
“이제 너, 예전의 네가 아니야.”
낯익은 목소리.
그러나 분명히, 방 안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야… 아니야…’
온몸이 굳어갔다.
그리고,
귀 옆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네가 미소를 짓는 이유.”
강재현은 숨을 삼켰다.
그 순간,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수신번호 없음]
그는 망설였다.
‘받지 마.’
그러나,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 딸깍.
“……”
통화가 연결되었다.
그리고,
“좋은 밤이야, 재현아.”
낮고 깊은 목소리.
그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쥐었다.
“……너.”
입술이 바짝 말랐다.
“대체 뭐야?”
그때,
스피커 너머에서
‘하하…’
낮고 길게,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제 깨달았어?”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감정을 잃을수록, 미소는 더 짙어진다는 걸.”
그 말에, 그는 얼어붙었다.
“……뭐?”
“처음엔 가벼웠지.”
“짜증 나던 것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아무렇지도 않던 것들이, 점점 더 무의미해지고.”
“그리고 이제, 슬슬 느끼지?”
“모든 감정이 희미해지는데, 오히려 네 얼굴은…”
“계속 웃고 있다는 걸.”
“……”
그는 핸드폰을 꾹 쥐었다.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그냥, 환각이겠지.”
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환각?”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네가 이제 그게 필요하다는 거야.“
강재현은 숨을 삼켰다.
“……뭐가.”
“필요한 게 뭔데.”
“넌 이미 알고 있어.”
“그리고, 원하는 것도.”
그 순간,
그의 눈앞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투명한 액체가 담긴 작은 병.
그는 얼어붙었다.
“……이게 뭐야.”
그러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핸드폰에서 삐—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통화가 종료되었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에는
펜타닐 주사기가 쥐어져 있었다.
선택의 순간
강재현은 숨을 삼켰다.
손끝이 떨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속이고 싶었다.
‘이건 그냥… 장난이야.’
‘환각이야.’
하지만,
머릿속 깊숙한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이미 알고 있어.”
“……”
그는 손에 쥔 주사기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조용히 입가를 문질렀다.
그러나,
그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